기타 / / 2016. 4. 17. 11:15

그것이 알고싶다 세월호편 .. 우리나라 조직문화의 고질적인 문제_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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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세월호 편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나라 조직문화의 총제적인 문제점이 집약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키포인트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보고"입니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조치를 먼저 하고 일이 완료된 이후에 정리해서 보고를 하는 것이 순서인데, 급박한 순간에 보고를 계속 해야 해서 일을 제대로 못하더군요.





 

세월호 구조 진행 현황을 죽 보고나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회사하고 비슷하네"

 

일을 해야 하는데, 일하는 시간보다는 보고하고 회의하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똑같은 사항을 가지고 여기에 보고하고, 저기에 보고하고, 거기에 보고하고.. 여기 저기 거기에 같은 보고서로 한 방에 보고할 수 있다면 그나마 낫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사항을 여기에는 이렇게 보고하고, 저기에 보고할 때는 보고서를 또 다듬고 내용을 저기 보고할 수 있도록 수정을 해서 보고하고, 거기 보고할 때도 마찬가지로 거기에 맞게 보고서를 다듬고 수정하는데 시간이 하세월이 걸립니다. 그러다 보면 일은 진행이 안되고 그저 같은 내용에 버전만 다른 보고서만 수두룩하게 작성이 되지요.

 

 

 

 

 

보고를 안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보고라는 것도 상황에 맞게 해야 합니다. 일분일초가 긴급한 순간에는 보고보다는 일단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맞는 행동입니다. 그리고 일이 끝난 다음에 정리를 해서 보고를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죠. 보통 이런 걸 선조치 후보고라고 합니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진행되는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정기보고를 합니다. 주간보고, 혹은 월간보고 라는 식으로 해서 일정 주기마다 업무진행현황을 정리를 해서 보고를 하는 것이죠. 그래야 윗사람이 일의 진행현황을 알 수 있고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결정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고의 목적은 실무자가 관리자에게 일의 진행현황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을 공유하고, 관리자의 의사결정 및 지시,지원을 받아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실무자는 보고 내용을 정확하게(진행현황, 문제가 되는 사항, 관리자가 결정해 줘야 할 사항 등) 써서 보고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관리자는 실무자가 해결하지 못하는, 혹은 결정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조언 및 지원을 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또한 보고서 작성 및 보고에 최소한의 시간이 들도록 보고체계 및 양식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고라는 것이 결국은 수많은 사람들(관리자 & 실무자)로 이루어진 조직이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니만큼 그 목적에 맞게 보고라인과 내용이 최소화될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기업 등 우리나라 조직들이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 이게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에 불필요한 노력이 많이 들어가고(형식, 글자크기, 폰트, 글씨체, 색깔 등 본질적인 것과는 관련없는 것들), 여러 단계의 보고를 거치며(과장-차장-부장-이사 ...), 그렇게 복잡한 단계의 보고를 위해 보고와 수정과 재보고를 반복하느라 세월을 보내고, 실무자는 보고서를 쓰느라 일을 제대로 못해서 일이 펑크가 나고, 일이 펑크가 나면 다시 일이 펑크가 난 이유에 대해서 보고서를 쓰느라 시간을 낭비합니다.

 

그리고 일이 펑크가 난 진짜 이유는 보고서를 쓰느라 시간을 낭비해서인데, 윗사람한테 그런 식으로 보고할 수가 없으니 실제와는 다른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내느라 머리에는 쥐가 나죠. 이렇게 조직은 비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일은 제대로 안되고, 그러다보면 조직은 망가지고, 조직이 망가지면 조직이 망가진 이유에 대해 위에서 물어보고, 그러면 실무자들은 또 보고서를 써야 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아래 링크에 구글의 사내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https://namu.wiki/w/%EA%B5%AC%EA%B8%80#s-4.2.5.1

 

그 중 일부를 발췌해 왔습니다.

 

자기 사정을 팀원에게 알리기 : 다 전산화되어 있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휴가를 하는 등 사무실에 없을 경우 본인의 구글 캘린더에 표시를 해 두면 오케이이며 아무에게도 말로 전할 필요가 없다.

구글 직원들은 내부 통신망을 통해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각자의 캘린더에 하루 단위, 일주일 단위로 업무 계획과 성과 등을 기록해 두는데, 직책에 관계없이 누구나 다른 직원의 계획을 열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누가 구글 프로젝트 글라스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지, 지메일 보안에 관한 일은 누가 하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디어를 교환하거나 동료의 협조를 구하는 게 훨씬 쉬워진다.

 

사내 PPT 발표 : 구글은 회사 내부 발표에서는 폰트 수정하고 그림 그리고 색깔 예쁘게 꾸미는 그런 짓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하얀 바탕에 공식과 글자 몇 자면 사내 PPT로서 충분하다. 이걸 가지고 상급자가 "어떻게 상급자에게 발표를 하면서 개념없이 이렇게 못난 PPT를 가져올 수 있냐?"라고 했다가는 다음번 인사고과에서 하급자에게 나쁜 평가를 받게 된다. '구글 임원들이 기술에 뛰어나서'가 아니라, '똥군기를 조직적으로 차단해서'가 그 원인이다.

 

이런 식으로 "일을 잘하기 위한" 사내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잘 잡혀 있으면 보고하는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온전히 일을 하는데 시간을 투자할 수 있죠. 그리고 이런 체계는 조직의 최고위층이 의지를 가지고 시간을 투자하여 구축하고 관리하고 유지해야 합니다.

 

불합리한 보고 및 의사소통 체계를 바꾸기 위한 의지를 보이고, 이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시스템에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를 알려주고, 그리고 계속해서 실무자들에게 "앞으로 나에게 보고할 때는 PPT에 보고서 써서 보고하지 말고 이런저런 내용만 담아서 시스템에 등록해 놓으세요"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한 의사공유체계가 조직의 문화로 자리잡도록 해야 합니다.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637780

 

삼성전자 조직문화 대수술...

 

아울러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회의와 보고문화도 바꾼다. 회의 유형을 조사해 불필요한 회의의 절반을 통합하거나 축소하고 ▲동시 보고 ▲실무 보고 ▲심플 보고 등 ‘스피드 보고의 3대 원칙’도 세웠다.

 

삼성전자가 '스타트업 컬처혁신 선포식'을 실시하고, 기존의 거대한 관료집단과도 같은 조직문화 혁신을위한 변화의 시작에 앞장섰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관리형 집단에서, 신속하게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고 혁신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스타트업과도 같은 형태로 조직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중에는 위에 발췌한 회의와 보고문화 혁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성은 워낙에 거대한 조직인 만큼 바뀌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만, 아무쪼록 이 변화의 노력이 잘 정착이 되어 우리나라의 다른 기업들이 따라할 수 있는 성공사례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기업들 뿐 아니라 정부, 군, 경찰 및 여타 공공기관에도 삼성發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한다면(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게 더 중요하지만, 혹시라도 또 발생한다면), 현장의 실무자들이 보고하는데 시간을 쏟지 않고, 조직간/조직내 원활한 정보공유 체계를 바탕으로 온전히 구조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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